열흘 사이에 이삼일 간격으로 세 번에 걸쳐서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가을에 잎이 지고 나면 참나무 일색인 앞산은 그저 바위처럼 무표정이었는데 이번 비가 생명을 불어넣은 듯이 눈을 번쩍 뜨고 막 기지개를 켜는 느낌이다. 이제 산으로 상징되는 거대한 자연이 인간의 일생과도 같은 태동에서 성장, 결실과 조락의 한해살이를 위해 잠에서 깨어나 숨을 고르기 시작하는 지금, 봄비 후 연두빛이 감도는 산을 보면 내 몸 구석구석 어딘가에도 마치 싹이 돋는 듯한 근질거림이 느껴지는데, 자연의 시간표에 익숙해진 듯 싶어서 과히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