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의 버섯 17

잎새버섯

가을로 질주하는 듯하던 날씨가 적도 부근의 열기를 품은 태풍의 영향으로 다시 한여름처럼 덥고 습하다. 가을 초입에 벌써 열매를 다 키워서 알을 떨어뜨리는 산 중턱의 올밤나무 밑에서 밤을 줍다가 그루터기에서 한 무리 잎새버섯을 만났다. 부케처럼 화려한 주름 다발을 보고 처음엔 무심코 꽃버섯이라고 불렀다가 버섯도감에서 익힌 잎새버섯 이름이 생각났는데 토실한 알밤 바구니보다 의외의 수확물이 더욱 반갑다, 작금에 유행하는 조리 경향에 따라 버섯을 살짝 데쳐서 라면을 끓였는데 식감이 쫄깃하고 매력적인 버섯이다.

초막골의 버섯 2022.09.19

영지버섯 산행

산에 깃들어 산다는 것은 그만큼 청정한 공기와 깨끗한 물을 마시며 계절마다 자연이 내어주는 것을 얻어먹고 살아간다는 의미인데, 상수리나무가 많은 이곳 칠월은 꽃처럼 붉게 영지버섯이 피어난다. 며칠 간격으로 이어진 장맛비로 속살까지 눅눅해진 산비탈을 희미하게 밟아놓은 노루길 따라 숨이 턱에 받치도록 올라가면 어김없이 만나는 영지버섯 꽃들, 쉬 변하지 않는 자연의 품에는 항상 안식과 평화가 있고 결코 기다리지 않아도 다가오는 계절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희망이 있다.

초막골의 버섯 2020.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