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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명자 꼬투리

집 앞 텃밭 가장자리에 슬며시 자리를 잡고 있는 듯 없는 듯 자라더니 주변을 압도할 만큼 우뚝하게 줄기를 키워서 짝맞춘 6장의 잎들을나풀거리며 눈길을 사로잡는 결명자, 작고 노란 꽃이 피었다가 질 무렵 다섯 장의 꽃잎 가운데서 코끼리의 긴 코처럼 길게 휘어져 나오는 꼬투리는 꽃에 비해 놀라울 만큼 크다. 꼬투리에 많은 자손을 담아서 개체의 대물림을 꽤하려는 의지가 노골적으로 담겨 있는 듯, 씨앗을 볶아서 차로 끓이면 독특한 향과 함께 눈 건강에 좋다고 들어서 애용하는 식물이다.

초막골 먹거리 2026.09.16

초피 열매

구월에 들면서 한낮의 볕은 여전히 뜨거워도 아침 저녁은 서늘한 바람이 불어서 시원하다. 근년에 들어서 육칠팔 월은 계속되는 가혹한 폭염에 위축되어 사는 게 아니라 견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힘든 여름나기가 되다보니 시원한 가을의 느낌은 반갑기가 그지없다. 세월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여 간다더니 씨앗에서 발아된 어린 초피나무들도 연륜이 쌓이면서 꽃을 피우고 어느새 붉고 통통한 열매를 맺었다. 혀 끝에 알싸한 자극이 느껴진다,

초막골 먹거리 2026.09.15

고수꽃

따로 심지 않아도 텃밭엔 씨앗이 떨어져서 해마다 같은 자리에 돋아나는 작물들이 꽤 있는데 고수풀도 그중 하나다. 자라나는 데로 쌈채에 곁들여 먹기도 하고 깨소금에 무쳐 먹기도 하다가 좀 뜸했는가? 싶었는데 그새 하얀 꽃을 소복이 피웠다. 무리 지어 활짝 핀 산형 꽃차례의 자태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바라만 봐도 고수 특유의 짙은 향기가 혀끝과 콧속에 와 닿는 것 같다.

초막골의 꽃들 2026.06.03

야생화 꽃꽂이

늦봄 어름에 뜨거운 햇살이 지면을 달구기 시작하면 앞마당과 집 주변에는 어김없이 뿔나비 떼의 군무가 시작된다. 위아래 좌우로 끝없이 나풀거리다가 뾰족한 머리를 곧추세우고 내려앉는 뿔나비의 춤은 화려한 축제의 율동 같다. 해가 뜨자마자 달아오르는 열기로 인해 숲이 안겨주던 상쾌함도 차츰 잦아들고 널펀한 고사리밭에 잡풀들이 우거지면 올 고사리 농사도 마무리를 해야 할 때, 봄이 가는 게 아쉬운 마음에선지 아내는 산길 가에 핀 야생화 몇 송이를 꺾어 화분에 꽂아 놓았다.

초막골의 꽃들 2026.06.01

산골무꽃

오월엔 고사리와 취나물 채취가 한창이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 쯤은 산을 오른다. 아침나절 맑고 상쾌한 공기를 호흡하며 연푸른 신록으로 산뜻하게 치장한 숲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어 오르는 산길에서 어김없이 마주치는 산골무꽃, 개체수가 그리 많지는 않은 듯 해마다 이맘때 같은 자리에서만 볼 수 있는데, 키는 한 뼘 정도로 작지만 벌깨덩굴이나 긴병꽃풀과 같이 꽃 빛깔이 파란색이고 모양도 얼추 비슷하게 닮아서 귀엽다.

초막골의 꽃들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