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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꽃

따로 심지 않아도 텃밭엔 씨앗이 떨어져서 해마다 같은 자리에 돋아나는 작물들이 꽤 있는데 고수풀도 그중 하나다. 자라나는 데로 쌈채에 곁들여 먹기도 하고 깨소금에 무쳐 먹기도 하다가 좀 뜸했는가? 싶었는데 그새 하얀 꽃을 소복이 피웠다. 무리 지어 활짝 핀 산형 꽃차례의 자태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바라만 봐도 고수 특유의 짙은 향기가 혀끝과 콧속에 와 닿는 것 같다.

초막골의 꽃들 2026.06.03

야생화 꽃꽂이

늦봄 어름에 뜨거운 햇살이 지면을 달구기 시작하면 앞마당과 집 주변에는 어김없이 뿔나비 떼의 군무가 시작된다. 위아래 좌우로 끝없이 나풀거리다가 뾰족한 머리를 곧추세우고 내려앉는 뿔나비의 춤은 화려한 축제의 율동 같다. 해가 뜨자마자 달아오르는 열기로 인해 숲이 안겨주던 상쾌함도 차츰 잦아들고 널펀한 고사리밭에 잡풀들이 우거지면 올 고사리 농사도 마무리를 해야 할 때, 봄이 가는 게 아쉬운 마음에선지 아내는 산길 가에 핀 야생화 몇 송이를 꺾어 화분에 꽂아 놓았다.

초막골의 꽃들 2026.06.01

산골무꽃

오월엔 고사리와 취나물 채취가 한창이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 쯤은 산을 오른다. 아침나절 맑고 상쾌한 공기를 호흡하며 연푸른 신록으로 산뜻하게 치장한 숲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어 오르는 산길에서 어김없이 마주치는 산골무꽃, 개체수가 그리 많지는 않은 듯 해마다 이맘때 같은 자리에서만 볼 수 있는데, 키는 한 뼘 정도로 작지만 벌깨덩굴이나 긴병꽃풀과 같이 꽃 빛깔이 파란색이고 모양도 얼추 비슷하게 닮아서 귀엽다.

초막골의 꽃들 2026.05.12

금낭화 동산

산골에 머물러 온 세월만큼이나 정이 두텁게 든 금낭화는 이제 한 비탈을 차지하고 화려한 꽃동산을 이루었다. 키 작은 긴병꽃풀이 땅을 가득 덮고 미나리냉이와 윤판나물도 각기 고유의 하얗고 노란 색깔의 꽃을 피웠는데, 나무들의 화려한 봄꽃 잔치 만큼이나 개화 기간이 너무 짧은 다른 풀꽃과는 달리 초봄부터 여름까지 길게 꽃을 피우는 금낭화는 정녕 산의 터줏대감 격이다.

초막골의 꽃들 2026.04.22

분꽃나무 향기

쌀쌀한 밤과 따듯한 낮이 교차 되면서 이제나저제나 봄을 기다리는 사이에 어느덧 앞산은 화려한 꽃 세상이다. 마당 가에 있어 들고나며 보는 분꽃나무는 성냥개비 같은 몽우리가 조금씩 조금씩 부푼다 싶더니 짙고 강한 방향으로 개화 소식을 사방팔방에 흩뿌리고 있다. 화려한 봄꽃으로 들어찬 산속의 봄은 보기만 해도 눈부시고 아름다운 풍경인데,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을 만큼 그윽한 향기가 더해지니 낙원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초막골의 꽃들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