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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따기

가을 산기슭엔 찔레나 딱총나무, 작살나무 등 빨간 열매들이 제법 흔하지만 송이가 주렁주렁 달리는 오미자는 보기에 참 붉고 탐스럽다. 몇 해 전만 해도 이곳엔 봄에는 그윽한 오미자 꽃향기로 가득 차고 가을엔 열매 수확을 위해 드나드는 차량과 사람들로 시끌시끌했는데, 이제 대규모로 오미자 농사를 짓던 늙은 농부는 떠나고 빈 밭엔 검은 판넬들을 깔아 놓은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고 있으니 세월이 무상하다. 십수 년 전 오미자 열풍이 한창일 때 모종을 몇 포기 구해서 한갓진 시렁에 올려놓았더니 넝쿨은 꾸준히 새로운 줄기로 대를 이어 가면서 해마다 초가을에는 어김없이 수확의 기쁨을 안겨주는데, 설탕으로 청을 담그고 소주를 부어 술도 담그지만 독특하고 진한 오미자 특유의 향과 시고 쓴 맛이 강해서 사실 맛보다는..

초막골 먹거리 2026.09.20

결명자 꼬투리

집 앞 텃밭 가장자리에 슬며시 자리를 잡고 있는 듯 없는 듯 자라더니 주변을 압도할 만큼 우뚝하게 줄기를 키워서 짝맞춘 6장의 잎들을나풀거리며 눈길을 사로잡는 결명자, 작고 노란 꽃이 피었다가 질 무렵 다섯 장의 꽃잎 가운데서 코끼리의 긴 코처럼 길게 휘어져 나오는 꼬투리는 꽃에 비해 놀라울 만큼 크다. 꼬투리에 많은 자손을 담아서 개체의 대물림을 꽤하려는 의지가 노골적으로 담겨 있는 듯, 씨앗을 볶아서 차로 끓이면 독특한 향과 함께 눈 건강에 좋다고 들어서 애용하는 식물이다.

초막골 먹거리 2026.09.16

초피 열매

구월에 들면서 한낮의 볕은 여전히 뜨거워도 아침 저녁은 서늘한 바람이 불어서 시원하다. 근년에 들어서 육칠팔 월은 계속되는 가혹한 폭염에 위축되어 사는 게 아니라 견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힘든 여름나기가 되다보니 시원한 가을의 느낌은 반갑기가 그지없다. 세월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여 간다더니 씨앗에서 발아된 어린 초피나무들도 연륜이 쌓이면서 꽃을 피우고 어느새 붉고 통통한 열매를 맺었다. 혀 끝에 알싸한 자극이 느껴진다,

초막골 먹거리 2026.09.15

고수꽃

따로 심지 않아도 텃밭엔 씨앗이 떨어져서 해마다 같은 자리에 돋아나는 작물들이 꽤 있는데 고수풀도 그중 하나다. 자라나는 데로 쌈채에 곁들여 먹기도 하고 깨소금에 무쳐 먹기도 하다가 좀 뜸했는가? 싶었는데 그새 하얀 꽃을 소복이 피웠다. 무리 지어 활짝 핀 산형 꽃차례의 자태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바라만 봐도 고수 특유의 짙은 향기가 혀끝과 콧속에 와 닿는 것 같다.

초막골의 꽃들 2026.06.03

야생화 꽃꽂이

늦봄 어름에 뜨거운 햇살이 지면을 달구기 시작하면 앞마당과 집 주변에는 어김없이 뿔나비 떼의 군무가 시작된다. 위아래 좌우로 끝없이 나풀거리다가 뾰족한 머리를 곧추세우고 내려앉는 뿔나비의 춤은 화려한 축제의 율동 같다. 해가 뜨자마자 달아오르는 열기로 인해 숲이 안겨주던 상쾌함도 차츰 잦아들고 널펀한 고사리밭에 잡풀들이 우거지면 올 고사리 농사도 마무리를 해야 할 때, 봄이 가는 게 아쉬운 마음에선지 아내는 산길 가에 핀 야생화 몇 송이를 꺾어 화분에 꽂아 놓았다.

초막골의 꽃들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