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에 들면 벌써 남도의 꽃 소식이
지면과 화면에 차고도 넘치지만
대덕산 아래 깊이 들어앉은 산골에는
아직도 겨울 끝자락 추위가 여전하다.
얼어붙은 지하수는 채 녹지 않았고
밤새 땅덩이들은 돌처럼 굳었다가
한낮에만 잠깐 동안 풀리곤 하는데,
냉이와 꽃다지, 별꽃 무리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치 기지개를
켜듯 굳었던 언 잎을 털어 일으키고
또 작은 싹들을 땅 위로 틔워낸다.
노지에서 겨울을 난 냉이 잎은
얼었다가 녹기를 거듭한 탓인지 거의
황토색 이어서 처음엔 눈에 잘 띠지
않다가 익숙해 져야만 보이기 시작한다.
손끝에서야 겨우 만져지는 요런 작은
냉이를 하나하나 캐서 흙과 잔뿌리를
털고 바구니에 담는 지금의 이 여유가
시간이 천금만금같다는 세상에서 참
한가롭구나 싶기도 하지만,
너른 밭 한가운데 앉아 엷은 봄 햇살에
어깨와 이마와 목덜미가 따듯해 지고
풋풋한 냉이 향이 흙냄새와 섞여 코를
자극하면 초봄 무렵 꼭 이맘때만 느낄 수
있는 느슨하고 나른한 이 기분이 참 좋다.
<월동 냉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