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 먹거리

냉이 캐기

초막골 촌장 2026. 3. 9. 05:33

삼월에 들면 벌써 남도의 꽃 소식이

지면과 화면에 차고도 넘치지만

대덕산 아래 깊이 들어앉은 산골에는

아직도 겨울 끝자락 추위가 여전하다.

 

얼어붙은 지하수는 채 녹지 않았고

밤새 땅덩이들은 돌처럼 굳었다가

한낮에만 잠깐 동안 풀리곤 하는데,

 

냉이와 꽃다지, 별꽃 무리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치 기지개를

켜듯 굳었던 언 잎을 털어 일으키고

또 작은 싹들을 땅 위로 틔워낸다.

 

노지에서 겨울을 난 냉이 잎은

얼었다가 녹기를 거듭한 탓인지 거의

황토색 이어서 처음엔 눈에 잘 띠지

않다가 익숙해 져야만 보이기 시작한다.

 

손끝에서야 겨우 만져지는 요런 작은

냉이를 하나하나 캐서 흙과 잔뿌리를

털고 바구니에 담는 지금의 이 여유가

시간이 천금만금같다는 세상에서 참

한가롭구나 싶기도 하지만,

 

너른 밭 한가운데 앉아 엷은 봄 햇살에

어깨와 이마와 목덜미가 따듯해 지고

풋풋한 냉이 향이 흙냄새와 섞여 코를

자극하면 초봄 무렵 꼭 이맘때만 느낄 수

있는 느슨하고 나른한 이 기분이 참 좋다.

<월동 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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