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의 풍경

눈 내린 3월에

초막골 촌장 2025. 3. 3. 10:18

간밤에는 제법 추적이는 빗소리와

무언가에 부딪고 헤집는 바람 소리에

몇 번이나 잠에서 깨어나곤 했는데,

 

이른 새벽 문을 빼꼼히 열어보니 밖은

온통 희고 뽀얀 설원으로 변해 있다.

 

땅 위의 모든 흔적들을 흰 물감으로

두텁게 지워버리고 하얀 백지로 남은

풍경들은 마치 태고적 세상 만큼이나

신선하고 감동적이기 까지 한데,

 

처마밑에 헤집고 들어온 눈을 쓸면서

볼과 눈두덩, 목덜미 등에 눈 알갱이가

뒤섞인 찬 바람이 와 닿으니 정신이 맑다.

 

이젠 기억도 모호한 어린시절의 동심

저편까지는 애써 돌아보지 않더라도

눈 내린 날의 산골 풍경은 아슴아슴한

노안의 시야에도 너무나 아름다워서, 

 

장독대 위에 볼록한 눈 더미가 다 녹기

전까지는 온갖 세상사 시름을 잊고

동화의 나라를 방문한 여행자가 되어

한껏 고양된 기분으로 삶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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