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과 인접한 거친 산세가
강을 향해 골 깊은 산자락을
치마처럼 펼쳐 놓고 그사이를
굽이굽이 흐르는 강을 따라
한여름 큰물이 나도 넘치지 않을
만큼의 높이로 산허리를 뚫어
놓은 뽀얀 신작로길,
태어나서 열두 해를 살았고
떠난 지 반세기가 흐른 지금은
황토 포장을 하고 난간을 둘러서
걷기 좋은 산책길로 변했지만
오월의 산뜻한 바람결에 얹힌
짙은 풀냄새와 노송의 자태,
시무나무, 산사나무 가로수가
반겨주는 눈에 익은 옛길이다.
그 길에는 푸른 산, 하늘 위로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 보며
풍선처럼 마냥 가슴 부풀던
어린 시절의 꿈들도 선명한데
흐르는 강물 따라 세월도 흘러
꿈도 아이들도 모두 사라진
강변에는 물소리만 예스럽다.
등하교길에 늘 들여다 보던
정감 깃든 추억의 장소인
큰 골, 작은 골엔 여전히 찬바람
얼굴에 끼쳐 소름이 돋아나고
강변에 무리 지어 붉게 피던
산철쭉 군락들은 아쉽게도
빛바랜 꽃잎을 떨구고 있었지만
가파른 석벽 위에 뿌리내린
하트 모양 잎을 단 피나무와
말발도리, 산조팝나무, 오미자,
병꽃나무, 쥐오줌풀, 광대수염
등등 색색의 꽃들이 반겨준다.
세상에 태어나서 나의 오체와
오감이 처음 만난 하늘과 땅과
바람소리, 물소리 그리고 이 길,
“담월정 담다리 산골물굽이길”로
이름 지어진 고향길을 걸으면서
짧은 인생과 이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산골물굽이길 담월정(담다리) 구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