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탐방 이야기

고향길을 걷다

초막골 촌장 2021. 5. 27. 15:15

태백산과 인접한 거친 산세가

강을 향해 골 깊은 산자락을

치마처럼 펼쳐 놓고 그사이를

굽이굽이 흐르는 강을 따라

 

한여름 큰물이 나도 넘치지 않을

만큼의 높이로 산허리를 뚫어

놓은 뽀얀 신작로길,

 

태어나서 열두 해를 살았고

떠난 지 반세기가 흐른 지금은

황토 포장을 하고 난간을 둘러서

걷기 좋은 산책길로 변했지만

 

오월의 산뜻한 바람결에 얹힌

짙은 풀냄새와 노송의 자태,

시무나무, 산사나무 가로수가

반겨주는 눈에 익은 옛길이다.

 

그 길에는 푸른 산, 하늘 위로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 보며

풍선처럼 마냥 가슴 부풀던

어린 시절의 꿈들도 선명한데

 

흐르는 강물 따라 세월도 흘러

꿈도 아이들도 모두 사라진

강변에는 물소리만 예스럽다.

 

등하교길에 늘 들여다 보던

정감 깃든 추억의 장소인

큰 골, 작은 골엔 여전히 찬바람

얼굴에 끼쳐 소름이 돋아나고

 

강변에 무리 지어 붉게 피던

산철쭉 군락들은 아쉽게도

빛바랜 꽃잎을 떨구고 있었지만

 

가파른 석벽 위에 뿌리내린

하트 모양 잎을 단 피나무와

말발도리, 산조팝나무, 오미자,

병꽃나무, 쥐오줌풀, 광대수염

등등 색색의 꽃들이 반겨준다.

 

세상에 태어나서 나의 오체와

오감이 처음 만난 하늘과 땅과

바람소리, 물소리 그리고 이 길,

 

담월정 담다리 산골물굽이길

이름 지어진 고향길을 걸으면서

짧은 인생과 이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산골물굽이길 담월정(담다리)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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