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탐방 이야기

운문사 처진소나무

초막골 촌장 2020. 4. 24. 05:50

인간사 백 세의 짧은 연륜에
비하면 나무들의 삶은 장구하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고목을 만나면 저절로
발길이 멈추어지고, 왠지 모를
경외심에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먼 역사의 시간을 거스른다.

우람한 둥치 속에 나이테로
차곡차곡 쌓여있을 삶의 기록들,

나무 곁에 머물다 떠난 수 대에
걸친 인간사와 유구한 세월 동안
끝없이 변해온 자연의 생생한
자취들을 더듬으며, 지금 여기
내가 만나는 나무와의 짧은 순간이 

감동으로 와 닿는 것이다.

긴 세월을 살아온 생명이지만
고목의 삶도 여느 식생들처럼
단순하고 간명하기 그지없다.

넓게 내린 뿌리와 수려한 가지에
매단 잎으로 탄소동화작용을 하여
에너지원을 만드는 것과 매년
꽃을 피우고 열매를 얻어서
자손을 퍼트리는 일,

우리 인간들의 삶이라고 무어
그리 특별하달 수 있을까?

고목처럼 그저 몸이 원하는 대로
잘 먹어서 건강을 유지하고,
배우자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길러서 대를 물려주고 나면

다시 물과 바람과 공기 속으로
되돌아가는 것, 그것 뿐. 


<운문사 처진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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