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 먹거리

풋고추에 대한 추억

초막골 촌장 2013. 7. 10. 23:47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더니 며칠 새 쑥 자란

고춧대에 풋고추가 주렁주렁 많이 달렸다.

 

첫물 고추는 맵지 않고 연해서 푸성귀와 같이

끼니때마다 즐겨 먹는데 윤기 나는 것을 바로

따다가 된장에 찍어 먹는 맛이 으뜸이다.

 

풋고추하면 고교 일학년 때 수업 끝난 후

밴드부 연습까지 하느라 늦은 하굣길에서

길옆 고추밭에 잔뜩 달린 풋고추를 보고

 

언젠가 외삼촌이 밥 먹는 자리의 한담으로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고 있었는데 길 가던

스님이 공양을 좀 하자고 하더니 풋고추를

맛있게 따먹고 가드라' 며 고추가 요기가

된다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떠올라서

 

배고픈 차에 풋고추를 하나 따서 씹었다가

바로 뱉어 냈는데도 혀뿌리가 타는 듯한

고통으로 삼십분도 더 걸리는 길을 걸어

집에까지 와서도 울었던 따끔한 추억이 있다.

 

요즘 소량으로 텃밭에서 키우는 고추는

종묘상에서 파는 모종을 사서 쓰다 보니

열매가 달린 후에야 그 맛을 알 수가 있는데

올해 심은 고추는 껍질이 연하고 아삭하면서

뒤끝에 번지는 은근히 매운맛이 적당하다.

 

 <고추밭>

 <풋고추>

<풋고추 근경>


'초막골 먹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란대 말리기 소동  (0) 2013.08.19
야생 복분자  (0) 2013.07.19
호박잎쌈  (0) 2013.07.07
오이챗물  (0) 2013.07.06
뽕잎차 만들기  (0) 2013.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