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꽃 늦가을 어귀에 서서 잠시 살아온 한 해를 되새겨보니 겨울부터 봄, 여름, 가을까지 이어진 자취가 무척 간명하다. 산촌의 일상에서 팔 근육과 무릎관절 쉬지 않고 움직이며 시간을 허투루 쓰진 않았건만, 이렇게 쉽게 세월은 가고 푸른 날들은 갈색 낙엽 되어 하나씩 땅으로 흩어지는데, .. 초막골의 꽃들 2016.11.04
여름의 끝자락에서 지상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말 것처럼 여름 내내 맹렬하게 쏟아지던 불볕더위로 인해 주변 여기저기에는 전쟁의 상흔처럼 처참하게 당한 풀들의 잔해들이 널려있다. 물을 좋아하는 파드득나물은 뿌리째 말라 흔적이 없고 양지쪽 취나물들도 대궁이 노랗게 변해서 시들고 있다. 다행히.. 초막골의 꽃들 2016.08.30
풍접초 연일 따갑게 내리쬐는 불볕과 빈틈없이 들어찬 풀들의 위세에 눌려서 조금은 위로받고 싶은 마음의 틈새로 살며시 다가온 꽃 풍접초(風蝶草), 밤새 스쳐간 장맛비에 씻기어 보석같은 물방울로 곱게 치장한 연분홍 자태가 나풀거리는 나비 떼의 군무만큼이나 아름답다. 단정하게 빗질한 .. 초막골의 꽃들 2016.07.12
인동꽃 몇 해 전에 인동뿌리 하나를 캐다 시렁 위에 올렸더니 지금 보답인양 꽃을 가득 피웠다. 인동꽃은 희고 노란 꽃들이 피고 지기를 거듭하며 제법 오랫동안 축제를 이어가는데, 감각으로 느끼는 모든 것 중에 분명 나만의 것이 따로 있는 듯 인동꽃 향기에 빠져들면 마치 마법에 걸린 듯 몽.. 초막골의 꽃들 2016.06.07
해당화 향기 바다 가까이서 자란 아내의 감수성과 정성이 피워낸 맑은 분홍빛 해당화 꽃,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너른 모래밭에서 파도와 갈매기 소리에 묻혀 살다가 고향을 떠나온 지 몇 해째, 여기 박새와 곤줄박이 떼 줄곧 지저대는 깊은 산골 풀숲 속 외로운 타향 땅에서 처음 꽃을 피운 해당화.. 초막골의 꽃들 2016.05.09
모란, 그 붉은 마음(丹心) 지금 청초마루에 가면 모란꽃 향기가 황홀하다. 핏빛 붉은 꽃잎은 바람에 나풀거리고 어디선가 날아든 꿀벌 떼의 소음, 문득 가슴 찡하게 와 닿는 붉은 것, 단심(丹心)에서 느끼는 강렬한 그 무엇들,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시간들과 그 세월을 같이 했던 소중한 사람들의 기억, 변치 않은 .. 초막골의 꽃들 2016.04.30
앵두꽃 피다 집 앞 축대 끝에 서 있는 앵두나무 두 그루에서 화사하게 꽃이 피었습니다. 온 산천이 진달래, 개나리, 벚꽃 천지인 꽃 세상에서 나지막한 키로 한 아름 꽃을 피워낸 앵두 꽃무리가 잠시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여기 산중에서는 아직 꽃이 귀하고 이른 탓이겠지요. 저 여린 꽃잎 속에 감춰.. 초막골의 꽃들 2016.04.10
생강나무 꽃 피었네 꽃 피어서 봄이 오는 건지 봄이 오니 꽃이 피는 건지 생전 변치 않을 것만 같던 무채색 황량한 산천에 금빛 봄꽃이 피고 있다. 조춘의 상징으로 불리는 생강나무 꽃은 멀리서 봐도 정겹고 가까이 가서 보면 더욱 복스러운데, 알싸하게 짙은 생강 향기는 이른 봄마다 어김없이 풍기던 옛 고.. 초막골의 꽃들 2016.03.25
벨벳을 닮은 꽃, 맨드라미 요즘 도시의 소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에서도 희귀한 야생화나 세계 도처에서 들여온 다양한 꽃들까지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예전에는 가까이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의 종류란 게 봉숭아, 채송화, 나팔꽃과 분꽃, 백일홍, 맨드라미, 국화나 과꽃처럼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 초막골의 꽃들 2015.08.30
꽃을 보는 즐거움 사람 사는 주변엔 어디에나 꽃들이 피고 또 지고 있다. 꽃의 완전무결한 아름다움은 인간들의 섬세한 감수성을 자극해서 정서를 순화시키고 편안함과 즐거움을 안겨준다.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과 자연선택의 굴레에서 특별한 재주 하나 없이 그저 덤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초막골의 꽃들 201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