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 먹거리

아기 오이

초막골 촌장 2020. 8. 10. 10:13

텃밭 가에 얼기설기 엮어놓은

넝쿨 망을 타고 노란 오이꽃이

피면 머지않아 부푼 씨방 밑으로

까슬까슬한 침이 빼곡히 붙은

아기 오이가 얼굴을 내민다.

 

생명의 탄생은 동식물 가릴 것

없이 항상 경이롭고 신비한데

꽃에서 열매로 변해가는 순환의

여정을 가까이서 보는 느낌이란

늘 그렇듯이 숙연함이 앞선다.

 

오랜 장맛비에 함초롬히 젖은

아기 오이의 싱싱하고 토실한

자태는 이제 제 할 일을 끝내고

시들어 떨어질 어미꽃의 마지막

소망 같아서 사뭇 감동스럽다.

 

<아기 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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