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게 잦은 가을비로 인해
이제서야 콩 농사가 마무리 됐다.
메주도 쑤고 청국장도 띄워 먹고
어릴 때 집에서 맷돌로 갈아서
해 먹던 보드랍고 구수한 두부도
기대하며 처음 지은 콩 농사인데,
봄부터 거듭된 가뭄과 여린 콩에
침을 꽂아 즙액을 쪽쪽 빨아먹는
개미허리노린재로 인해 고전하긴
했지만 농약도 안 치고 서 말의
콩을 수확 했으니 퍽 만족스럽다.
땅을 일구고, 비닐을 씌워 씨앗을
넣고, 하루하루 콩이 커가는 걸
곁에서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한여름에 담가 먹은 콩잎 물김치의
살짝 비릿한 느낌도 꽤 좋았지만,
무엇보다 어린 시절 마당에 멍석을
펴고 타작하던 젊은 아버지 곁에서
뛰놀던 추억들이 가끔씩 떠올라서
무척 행복했던 시간들 이었다.
<땅 일궈서 비닐로 멀칭하고 구멍 하나에 콩알 셋을 넣고 흙을 살짝 덮는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려 쑥쑥 자라는 콩들>
<콩밭 매는 아낙 되어 풀도 뽑고 흙도 북돋아 주고>
<저렇게 제 혼자 잘 크는 모습이 갸륵하다>
<무성한 콩잎 따서 물김치도 담가 먹고>
<단풍 콩잎은 멸치 젓갈에 삭혀서 장아찌로 먹는다>
<콩잎 지고 대궁이 마르면 베고 말려서 콩 타작을 한다>
<연한 노랑색을 띈 햇콩의 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