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산모퉁이를 돌면
거친 맞바람에 달련된
모과나무 하나 서 있다.
봄날 분홍빛 단정한 꽃
몇 송이 피워서 마냥
가슴을 설레게 하더니만,
가을이 깊어지자 연둣빛
살짝 도는 모과 몇 알을
품에서 슬쩍 내어 놓는데,
껍질에는 거친 골바람에
시달려 온통 긁히고 멍든
자취가 훈장처럼 남아있다.
매끈하고 반듯한 과실들에
익숙해진 안목으로는 그저
울퉁불퉁하고 거친 외모가
우습고 눈에 찰리 없지만,
속 깊은 곳에서 풍겨나는
은은한 향기 만큼은 얼마나
달콤하고 상큼한 지,
고것 참 매력 덩이이다.
<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