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산길에서 문득 짙은 더덕 냄새에
걸음을 멈추고 두리번 거렸던 적이 있다.
그 맛과 향기에 일찍부터 길들어진 까닭이다.
어릴 때도 더덕은 자주 볼 수 있을 만큼
흔친 않았지만 어쩌다 장독에 푹 묻혀서
매콤하게 간이 밴 더덕장아찌가 잘게 찢겨
밥상에 오르면 언제나 달게 먹었었다.
그런 기억 때문에 가끔 토속식당엘 가면
친숙한 마음에 더덕구이를 시키곤 했었는데
집더덕을 사용해서 향기도 전혀 없지만
달짝지근하게 구운 그 맛이 생소해서
썩 만족스럽진 않았던 것 같다.
덩굴식물인 더덕은 줄기를 뻗어 세력이
무성해지는 팔월에 우아한 초롱꽃을 피우는데
뾰죽한 별무늬 꽃받침에 쌓여서 부풀다가
자주색 꽃잎을 살짝 접으며 피어나는 자태와
초롱속 자줏빛 점무늬 바탕에 밝은 미색을 띤
암, 수술의 가지런한 배치가 자못 신비롭다.
그런데 살짝만 스쳐도 진동하던 더덕 향이
꽃을 보려고 집주변에 옮겨 심어 놓으면
감쪽같이 사라지고 마는 까닭은 왜일까?
<더덕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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