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의 꽃들

더덕 꽃

초막골 촌장 2013. 8. 9. 18:55

호젓한 산길에서 문득 짙은 더덕 냄새에 

걸음을 멈추고 두리번 거렸던 적이 있다.

그 맛과 향기에 일찍부터 길들어진 까닭이다.

 

어릴 때도 더덕은 자주 볼 수 있을 만큼

흔친 않았지만 어쩌다 장독에 푹 묻혀서

매콤하게 간이 밴 더덕장아찌가 잘게 찢겨

밥상에 오르면 언제나 달게 먹었었다.

 

그런 기억 때문에 가끔 토속식당엘 가면  

친숙한 마음에 더덕구이를 시키곤 했었는데  

집더덕을 사용해서 향기도 전혀 없지만

달짝지근하게 구운 그 맛이 생소해서

썩 만족스럽진 않았던 것 같다.

 

덩굴식물인 더덕은 줄기를 뻗어 세력이

무성해지는 팔월에 우아한 초롱꽃을 피우는데

뾰죽한 별무늬 꽃받침에 쌓여서 부풀다가

자주색 꽃잎을 살짝 접으며 피어나는 자태와  

초롱속 자줏빛 점무늬 바탕에 밝은 미색을 띤

암, 수술의 가지런한 배치가 자못 신비롭다.

  

그런데 살짝만 스쳐도 진동하던 더덕 향이

꽃을 보려고 집주변에 옮겨 심어 놓으면

감쪽같이 사라지고 마는 까닭은 왜일까? 

 

 <더덕 꽃>

 

 


'초막골의 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월 중순에 피는 꽃  (0) 2013.08.16
부처꽃  (0) 2013.08.10
봉숭아  (0) 2013.08.08
팔월 초에 핀 여름꽃  (0) 2013.08.06
칠월 말에 만난 꽃  (0) 201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