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울타리 곁에 한 줄로 심은
봉숭아가 올해에는 제자리에 스스로
씨앗을 터트려서 키를 키우더니
색색이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웠다.
제법 실한 굵기로 솟아오른 줄기는
다육식물처럼 부피만 클 뿐 너무 연해서
줄을 매 잡아 주지 않으면 쉽게 꺾일 것
같아서 불안하다.
해거름녘을 지나 앞산 자락에
장막 같은 짙은 어둠이 드리우고
부드러운 밤안개가 산골마을을
푸근히 감싼 채 고요가 찾아들면,
약간의 몽환적인 분위기에 젖어서
'봉숭아' 노래를 곧잘 하모니카로 불고
때론 갖은 감정을 다 섞어서 흥얼거린다.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 터인데,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 주던 곱디고운 내님은 어디갔나"
애잔한 노래가사의 여운이 오랫도록
가시지 않는 건 아직 마음 한구석에 어떤
열정의 잔재가 조금은 남아있는 탓이 아닐까?
<봉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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