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의 꽃들

봉숭아

초막골 촌장 2013. 8. 8. 22:25

작년에 울타리 곁에 한 줄로 심은
봉숭아가 올해에는 제자리에 스스로
씨앗을 터트려서 키를 키우더니
색색이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웠다.

제법 실한 굵기로 솟아오른 줄기는
다육식물처럼 부피만 클 뿐 너무 연해서  
줄을 매 잡아 주지 않으면 쉽게 꺾일 것

같아서 불안하다.

해거름녘을 지나 앞산 자락에

장막 같은 짙은 어둠이 드리우고

부드러운 밤안개가 산골마을을

푸근히 감싼 채 고요가 찾아들면,

약간의 몽환적인 분위기에 젖어서

'봉숭아' 노래를 곧잘 하모니카로 불고 

때론 갖은 감정을 다 섞어서 흥얼거린다.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 터인데,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 주던 곱디고운 내님은 어디갔나"

 

애잔한 노래가사의 여운이 오랫도록

가시지 않는 건 아직 마음 한구석에 어떤

열정의 잔재가 조금은 남아있는 탓이 아닐까?

<봉숭아>

 

 

 


  


'초막골의 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처꽃  (0) 2013.08.10
더덕 꽃  (0) 2013.08.09
팔월 초에 핀 여름꽃  (0) 2013.08.06
칠월 말에 만난 꽃  (0) 2013.07.25
참나리  (0) 201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