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럽게 영근 빨간 앵도를 따먹으며
아득한 옛 추억의 어린 시절로 빠져든다.
동네에서 키가 가장 크고 인물도 잘생긴
외삼촌은 외할머니가 딸만 넷을 내리 낳자
상할매(외증조모님)가 부처님께 빌고 빌어서
해방되기 전전해 사월 초파일날 태어났다.
예능에 소질이 많고 감성도 풍부하여 그림도
그리고 피리를 만들어 불던 젊은 시절에는
동네 청년들과 어울려 마을 연극공연도 하곤
했었는데 어린 조카에게도 한결같이 잘
대해줘서 많이 따랐다.
외삼촌이 외갓집 사랑방 옆 마당가에 축대를
쌓아서 동산을 만들고 동화속의 정원처럼
가꿔놓은 꽃밭에는 봉숭아와 채송화, 나팔꽃
등이 늘 예쁘게 피어났다.
그 곳 가장자리엔 앵두나무가 한그루 있어서
초여름 햇살에 열매가 붉게 익어 가면
고사리손으로 한 개씩 조심스럽게 따 먹던,
뇌리에 각인된 그 달고 신 맛의 짜릿한 기억은
이제 저 세상으로 가신 외삼촌의 모습과
겹쳐져서 아득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올해 앵도는 유난히 붉고 풍성하다.
잘 익은 앵도 서너 알을 따서 입에 털어 넣고
부드러운 과육을 앞니로 살짝 깨물면 베어나는
새콤달콤한 맛이 너무너무 신선해서 좋다.
<앵도>
★☆★ 앵도 3.8kg를 따서 1.5kg는 술을 담그고 나머진 발효중인 흰앵도 통에 섞어서 효소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