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들이 꽃을 피우는 이유는
동물들의 짝짓기만큼이나 자명하다.
열매를 얻고 그 안에 씨앗을 키워서
종족을 번식하고 대를 잇는, 자연의
엄혹한 본능에 충실하려는 것이다.
해마다 처마 밑에는 오이망을 치고
방울토마토와 물외 넝쿨을 올려서
그늘막처럼 잘 사용하고 있는데,
그들의 한결같은 자손 욕심 덕분에
굵고 싱싱한 열매가 항상 풍성하다.
꽃을 피워서 씨앗을 맺고 나면
쉬 쇠잔해져서 시들고 마는 풀들처럼
숲 언저리나 돌, 바위틈에서는
또 나름 삶의 시간을 끝내고 조용히
흙으로 돌아가는 생명들이 있다.
정녕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낙화」에서)
나름 충일한 삶의 한 때를 뜨겁게
달구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매미의 뒷모습이 너무나 단정하다.
<오이덩굴과 꽃>
<풋오이>
<늙은오이(노각)>
<애기 조롱박>
<결명자 꽃>
<황기 꽃과 열매>
<참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