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산골의 하루는 이른 새벽
경쾌한 새들의 지저귐에서 시작된다.
그 중에서도 도드라지는 리듬감으로
가장 요란스러운 게 곤줄박이 소리이다.
집 둘레나 처마 밑에서 태어나서
주위를 배회하며 살다가 짝을 만나
또 근처에 집을 짓고 알을 낳아 품고
깨어난 새끼들에게 부지런히 벌레를
물어다 키워서 집 떠나기를 반복하는,
어쩌면 뭇 생명들의 삶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퍽이나 자주
가까이에서 보여주고 있는 새다.
곤줄박이 외모는 목 뒤가 희끗하고
날개는 흰 무늬가 있는 검은색인데
배 부분이 넓게 밤색으로 덮여 있어서
전체적으로 따듯해 보이고 밝아서 곱다.
우리는 텃밭 채소를 뜯어먹는 벌레들을
잡아주고 또 한집에 사니까 가족이나
이웃처럼 편하게 생각하며 지내는데,
곤줄박이는 결코 인간들과 친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듯 한순간도 경계심을
풀거나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곤줄박이>
<처마밑 새둥지의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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