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 식구들

텃새 곤줄박이

초막골 촌장 2014. 6. 2. 19:37

초여름 산골의 하루는 이른 새벽

경쾌한 새들의 지저귐에서 시작된다.

그 중에서도 도드라지는 리듬감으로

가장 요란스러운 게 곤줄박이 소리이다.

 

집 둘레나 처마 밑에서 태어나서

주위를 배회하며 살다가 짝을 만나

또 근처에 집을 짓고 알을 낳아 품고

깨어난 새끼들에게 부지런히 벌레를

물어다 키워서 집 떠나기를 반복하는,

 

어쩌면 뭇 생명들의 삶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퍽이나 자주

가까이에서 보여주고 있는 새다.

 

곤줄박이 외모는 목 뒤가 희끗하고  

날개는 흰 무늬가 있는 검은색인데

배 부분이 넓게 밤색으로 덮여 있어서

전체적으로 따듯해 보이고 밝아서 곱다.

 

우리는 텃밭 채소를 뜯어먹는 벌레들을

잡아주고 또 한집에 사니까 가족이나

이웃처럼 편하게 생각하며 지내는데,

 

곤줄박이는 결코 인간들과 친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듯 한순간도 경계심을

풀거나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곤줄박이>

 

 

<처마밑 새둥지의 새끼들>

 

 

 

 

 

'초막골 식구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판나비와 꼬리명주나비  (0) 2014.06.15
호랑거미와 왕거미  (0) 2014.06.14
뿔나비와 집 주변의 꽃들  (0) 2014.05.31
개구리 출현  (0) 2014.05.28
새둥지를 만나다  (0) 2014.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