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풀숲에서 연한 자줏빛 초롱꽃을
가득 달고 있는 잔대를 보고 봄엔 꼭 캐 먹어
봐야지 하면서 보낸 세월이 제법 되었다.
내 어릴 적 산골 뒷동산에서 흔하게 만나
늘 궁금하던 작은 입을 달래주던 잔대는
맨손으로 껍질을 까야 하는 번거로움만 빼면
아이들에겐 인기 있는 맛난 먹거리였는데,
그 시절엔 초롱꽃과의 대표적인 뿌리식물
삼총사로 거론되는 더덕과 잔대, 산도라지 중
더덕은 반찬재료로 요긴했고 산도라진 주요
약재로 취급 되었지만, 잔대는 딱히 아이들만
좋아했을 뿐 별로 관심을 못 받았던 것 같다.
오히려 뿌리보다 그 새싹이 더 귀했던 지
봄날 어머니가 큰 보자기에 가득 뜯어온
산나물을 툇마루에 풀어 놓으면 나물 향기
풍겨나는 더미를 뒤적이며 아버지는 생것으로
먹을 수 있는 것만을 따로 골라놓았다가
된장에 찍어 먹고 쌈으로도 드셨는데, 그 중
가장 좋아하신 산나물이 바로 딱추 라고
부르던 잔대의 새싹이었다.
아직도 어머니가 딱추 싹을 으뜸으로 치며
대접이 남 다른 까닭은 모두 아버지에 대한
그 때의 기억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도라지, 더덕, 잔대가 오래 묵어서 속에 물이
고일 정도가 되면 약효가 산삼 못지않다는
말을 어릴 적부터 어른들께 들어왔는데,
그 얘기 끝에는 옛날 조림사업 부역 나갔다가
나무뿌리에 감겨있는 팔뚝만한 잔대를 보고
캐려니까 뿌리는 깊게 내려 쉬 나오질 않는데
머리가 아프고 또 어지럽고 해서 캐다말고
돌아왔다는 어머니의 실제 경험담이 펼쳐지고
둘러앉아 듣던 우리들은 아쉬워하며 입맛만
다시던 옛 추억의 장면들도 이제는 아련하다.
정말 오랜만에 먹어본 잔대 맛은 여전히 달다.
초장에 찍어 먹으면 술안주도 괜찮겠다 싶어서
앵도주 한 잔을 곁들었는데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잔대 먹으면 살찐다더니 쉬 포만감이 느껴진다.
<잔대꽃>
<잔대싹(딱추싹)>
<잔대 캔 것(뿌리와 싹)>
<잔대 안주에 앵도주 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