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째 날씨가 포근하더니
그동안 미미하던 다래나무 수액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줄기 하나에 패트병 하나씩 꽂아 놓고
세 곳에서 채취하다 보니 음용만으론
다 소비하기가 바쁠 지경이어서
밥 지을 때, 국 끓일 때도 쓰는 등
다양하게 먹는 물로 사용하고 있다.
다래 수액은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고로쇠 수액처럼 약간의 감미가 있고
미네랄이 풍부하여 몸에 좋다고들 하는데
난 무엇보다도 물맛이 좋아서 즐겨 마신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 동네에는
스무여 호의 집들이 함께 먹던 마을 샘이
동네 가장자리에서 조금 벗어난 산기슭
큰 검팽나무 아래에 있었는데,
그 차고 깨끗한 물 맛은 내 몸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어서 세월이 흐른 뒤
사람들은 다 떠나고 우물마저 메워졌어도
정녕 잊지 못할 향수의 원천이 되어
오롯이 남아있다.
대덕산 깊은 골에서 파이프로 받아먹는
초막골 식수도 나름 준수한 편이지만
어릴 적 좋은 물맛에 섬세하게 길들어진
까다로운 미각이 유혹하는 대로 이 봄날
한참은 다래수액을 맘껏 즐겨야 할 것 같다.
※ 제발 물맛이 어떻게 좋으냐고 묻지는 마시길, 오감에 와 닿는
미세한 느낌은 오직 경험으로만 알 수 있을 뿐이니까요.
<다래나무 줄기 하나에 패트병 하나씩 3개를 설치했다>
<패트병 가득 수액이 차면>
<물통을 갖고 가서 옮겨 담는다>
<수액 채취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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