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만나면 괜히 마음이 즐거워지는
성격 좋은 어떤 분의 집을 방문했더니
왼손에 긴 마늘쫑 하나만 달랑 들고는
고추장에 찍어 밥반찬으로 먹고 있었다.
세상이 풍족해도 입맛은 할 수 없구나싶은
생각에 대단히 유쾌했는데,
사실 나도 어릴 적 이맘때면 가끔 그런
식사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작년 늦가을 텃밭에 심어놓은 마늘이
들쭉날쭉 고르지 않게 자라더니
마늘쫑 한 줌을 내어줘서 어제서야
제주도총각에게 배운 대로 바늘로
대궁을 한두 군데씩 찔러 뽑았다.
쇠기 전의 마늘쫑은 마늘의 매운맛과
부드럽고 아삭하게 씹히는 느낌이 좋아서
장아찌로 많이 만들어 먹던 전통 음식이다.
있으면 잘 찾지 않아도 없으면 괜히 허전한
추억의 밑반찬들은 조금씩 준비해 뒀다가
가끔 꺼내 먹으면 맛도 기분도 새로워진다.
수확한 마늘쫑은 소금물에 담가 놓았다가
고추장장아찌를 만들어 먹을 예정이다.
<소금물에 담가 놓은 마늘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