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 먹거리

옻순 이야기

초막골 촌장 2013. 5. 10. 19:22

좀 오래된 얘기지만 나에겐 정말
친한 이종사촌이 한 명 있었다.
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저버린지
벌써 열여섯 해가 지났지만 함께했던
시간들은 바로 어제인 듯 생생하다.

늘 같이 어울려 산나물도 뜯고
여름휴가도, 천렵도 함께 다녔는데,
언젠가 산에서 두릅을 데쳐 먹으며
그 맛에 감동하고 있는 나에게, 마치
엄청난 비밀이나 알려주는 듯이
목소리 낮춰 은밀하게 하는 말이 바로

옻순이 진짜 맛있다는 것이었다.

그 후에도 한참 동안은 기회가 없다가
몇 년 전에야 데친 옻순을 먹어 봤는데
물론 부드럽고 아삭하게 씹히는 느낌과
달큰한 맛, 미세한 향도 있어서 두릅이나
다른 나물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것도

같았지만,

내 느낌에는 그것보다도 혹시 모를
심한 피부병 발병에 대한 불안감과
긴장감이 오히려 맛에 대한 절박한
기대 심리를 상승시키지 않았나 싶다.

작년에는 또 가까이 사는 이웃 분이

옻순을 밀가루 반죽으로 부쳐 먹으면

다른 나물은 맛이 없어서 못 먹는다고

이야기하기에, 오늘 마침 적당히 자란

옻순을 꺾어다가 부치고, 데쳐도 먹었다.

다행히 난 옻을 잘 타지 않는 체질이라서
배부르게 먹어도 탈이 없는데,
어쨌든 옻순은 모든 사람들이 다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산나물은 절대 아니다.

<생 옻순>


 <옻순 부침개>

 <옻순 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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