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고 지낸 편한 사람들과 숲 깊은 곳에 자리한 유서 깊은 절집을 찾아 떠나는 발걸음은 나이도 세월도 모두 무관한 듯 즐겁고 상쾌한 기분 일색이었다. 게다가 맑은 하늘에서 내리는 따듯한 햇볕과 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계곡을 흐르는 청랑한 물소리 더없이 정겨운데, 버들치 떼 유영하는 맑은 여울 위 돌다리를 건너면 배경 화면처럼 즐비하게 둘러선 높은 산 아래 유서 깊은 천년 고찰이 한결같은 고즈넉한 분위기로 맞이한다. 춘갑사추마곡으로 불리어 익히 기대했던 화려한 단풍의 풍광은 늦가을까지 이어지는 더위의 뒷끝 탓인지 아직 볼 수 없었지만, 늘 푸른 백범선생의 향나무와 뒷산의 쭉쭉뻗은 송림군락, 고찰의 명성에 걸맞는 우람한 노거수들을 만나서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