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 식구들

장마와 두꺼비

초막골 촌장 2022. 6. 29. 21:32

생태계 순환의 기본 단위가 일 년이라고

한다면 그 시작은 봄일 것이요, 끝은

겨울일 것인데, 봄을 지나고 여름 초입

어디쯤엔 장마라는 틈새 계절이 꼭 있다.

 

남태평양의 열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은

매우 습하고 눅진해서 몸은 이미 피부와

뼛속까지 포화상태에 빠진 듯하고

 

흠뻑 젖은 땅과 초목과 대기로 인해

환경에 민감한 인간의 감정까지도 괜히

축축이 젖어 마치 기()가 막힌 듯한

무기력감으로 의기소침해질 무렵

 

몰골이나 자태가 썩 익숙하진 않지만

거침없는 보폭과 늠름한 자태가 매력인

두꺼비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났다.

 

주변의 많은 개체가 피하거나 꺼리는

호기심 많은 나의 눈길도 개의치 않고

제 맘대로 뜰을 거닐고 울타리를 넘고

먹이 활동에 집중하는 두꺼비 한 마리.

 

철없던 시절엔 미끈한 개구리의 자태와

비교하면서 퉁퉁한 몸피와 거친 등껍질을

과하게 비난도 두려워도 했었지만

 

()이 꼭 악()이 아님을, 그리고

()에 대한 다양한 취향들을 존중하게

되면서부터는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 하나하나가 놀랍고  사랑스럽다.

 

육신에 스며든 장마철 축축한 습기로

인해 기분이 한껏 다운되어 숲속 살이 

야성마저 옅어질 즈음 손님처럼 찾아온

두꺼비 모습에 반겨 회색여치 몇 마리

잡아 요기로 대접해 주었다.

 

<두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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