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떼는 아기의 걸음마처럼
머뭇머뭇 조심스레 다가오던
앞산 단풍이 이제 거의 다 들었다.
빛바랜 엽록소를 내려놓고
빨강, 노랑 색으로 치장하며
만추를 향해 치닫는 가을산은
마치 이별을 앞 둔 사랑처럼
화려함 속에 슬픔이 배어 있다.
비록 나중엔 절정의 끝에서
한순간 맵찬 된서리에 스러져
고왔던 단풍의 자태는 간곳없이
한 줌의 부엽토가 될지라도,
아직은 더 붉게 채울 수 있는
날들이 남았음에 안도하며
비에 흠뻑 젖어서 더욱 짙어진
고운 풍경을 가슴에 담는다.
<초막골 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