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칠월 장마 기간엔 야속하게도
계속 빗겨가기만 해서 애를 태우던
비구름이 요즘 또 너무 잦다보니
농부님들의 심사는 편치가 않다.
이틀째 내리는 궂은비를 피해서
소일꺼리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경적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이장님이
오늘 동네에서 점심을 같이 한단다.
남자 여섯과 여자 다섯, 총 열한 명이
모인 식당에는 향토음식쯤으로
취급되는 보신탕과 염소탕이 나왔고,
연륜 깊은 짧은 대화와 농약에 대한
이야기 끝에 마을 노인회장님께서
"농부는 밭고랑에서 일하다 죽는 게
제일 행복한 겨" 라고 하신 말씀이
찡한 감동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텃밭엔 우뚝 솟은 꽃대 끝에 노란
상추, 쑥갓 꽃이 어울려 피었는데,
그저 먹거리로만 여겼던 푸성귀들도
나름 뜨거운 사랑을 하는가 보다.
<상추꽃>
<쑥갓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