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때 고향에선 복숭아를
그 지방 말로 복상이라고 불렀는데,
맛은 좋았지만 피부를 따갑게 하는
잔털들이 많았고 별로 굵지가 않았다.
한참을 지나서 만난 겉이 매끈한
천도복상은 하늘나라 복숭아라는
이름만큼이나 곱고 매력적이었는데,
이 천상의 과일을 훔쳐 먹어서
동방삭이는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전설을 굳게 믿으며 아직도 열심히
좋아하는 과일 중에 하나이다.
몇 해 전 봄철에 길가에서 만난
묘목장수에게 천도 세 주를 사다가
거름기 많은 밭가에 심었는데 쉽게
자라는 나무만큼 걱정도 깊어갔다.
복상나무는 유난히 벌레에 약해서
집 주변엔 심지도 않고 약을 안치면
키우기가 어렵다는 옛 분들의 말씀이
늦게서야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봄 한철 꽃이나 보자며
쓰다듬어 주고 열매도 솎고 했더니
올 해엔 깨끗한 과일 한 바구니를
선물로 안겨주었다.
<천도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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