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강변에서 천렵하며 보낸
괜찮은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겠지만
내게도 아슴푸레하게 남은 기억이 있다.
춘천을 거쳐 설악을 찾아가는 길이
요즘처럼 쉽고 편하지 않던 시절,
언젠가 가락재 넘어 화양강휴게소 부근
다리 옆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었다.
아이 한명씩이 딸린 세 가족이 모여서
함께 한 이른 여름휴가였는데, 끼니때면
사촌의 투망질 몇 번에 물고기가 풍성했다.
그날 매운탕을 끓여먹고 남은 피라미로
말로만 듣던 도리뱅뱅이를 흉내내 보았다.
우선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손질한 피라미를 빙 둘러가며 담은 다음
앞뒤로 뒤집어 가며 노릇하게 익히다가,
마늘과 고추장, 물엿, 진간장을 섞은 양념을
바르고 또 뒤집어 바르며 거듭 구웠는데,
정통 도리뱅뱅이 맛과 어떻게 다른 진 몰라도
녹아나듯 아삭한 피라미 맛이 대단했다.
흘러간 시절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현실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욕망이 깊어서
오늘 수입산 열빙어를 사다가 도리뱅뱅이를
해 먹었는데 옛 맛은 어디가고 모양만 그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