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와 장맛비는 올 여름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낱말이다.
팔월에 들어서도 장마는 계속되고
개인 날엔 햇볕이 몹시도 따갑다.
넉넉한 볕과 풍부한 수분으로 한껏
키와 줄기를 키워낸 풀과 나무들은
짙푸른 숲이 되어 산을 가득 채웠다.
이제 곧 여름의 멧부리를 넘어서서
장마가 물러가고 햇살의 열기가 잦아들면
왕성한 풀들의 세력도 조금 숙어들겠지.
팔월은 하루하루를 꾸밈도 긴장도 없이
가볍게 맞고 쉽게 보낼 수 있어서인지
짧아서 감질났던 학창시절 여름방학
때처럼 늘 빠르게 지나간다.
올 팔월은 첫 주는 휴가로 쉬며 즐기고
둘째 주는 김장용 무와 배추 모종을 사다 심고
또 볕 좋은 날 하루는 토란을 베어서
자르고 말려 갈무리를 할 생각이다.
그리고 풀들이 어질러 놓은 숲을 조금씩
정리해가며 내년을 준비해야지.
아직 얼마 동안은 여전히 폭염이 이어지고
때론 집중호우와 거친 태풍도 오겠지만,
여름은 역시 여름답게 더워야 제맛이듯
거침없이 땀 흘리고 찬물로 몸을 식히자.
그리고 일을 하는 틈 사이 잠시 허리를 펴고
화사하게 피어난 여름꽃들과 눈 맞추며
얼굴 가득 웃음꽃 피우는 여유를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