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삼월 하순에 진주중앙시장에서
촉을 뾰족하게 내민 생강씨앗을
한 바가지 사다가 뒷밭에 심었다.
그런데 금방 싹을 쑥쑥 내밀 것
같았던 기세는 어디가고 한여름이
다되도록 심은 자리가 조용하더니,
생강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무렵에야 느지막이 움이 돋아서
밭이 비좁도록 잎줄기가 무성하다.
생강 한 뿌리에서 거의 한 단에
이르는 군락으로 자라나기까지
땅속에서 얼마나 많은 성장통과
세포분열의 시련을 견뎌야했는지,
생강 알뿌리에서 풍기는 알큰한
매운 냄새는 오랜 시간들이 빚어낸
가파른 세월의 체취일지도 모른다.
생강은 마치 탕약의 감초처럼
갖은 양념에 빠지지 않는 요긴한
식재료로 쓰여지고 추운 겨울엔
차를 끓여서도 자주 마시지만,
날것을 한번 씹어보면 그 독특한
향은 제외하고라도 쌉쌀한 맛과
알싸한 매운맛에 진저리치게 되는데,
어릴 때 한 조각 얻어먹었던 하얀
당분을 입힌 편강은 겉은 달았지만
씹으면 맵고 써서 아주 곤혹스러웠던
기억으로 또렷이 남아있다.
캐낸 생강은 알뿌리만 따로 떼어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조금은 말리고,
무성한 잎줄기마저 아까워서
설탕을 넣고 엑기스를 담갔다.
<생강 캐기>
<생강 잎과 줄기>
<생강 전초>
<생강 알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