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어진 햇살 속으로 또다시
채워졌던 것들이 찬찬히
비워가는 시절이 되었건만
청풍호에 물을 넉넉하게
담아놓지 못한 자연의 미련
때문인지 이 짙어진 가을에
때 아닌 비소식이 잦다.
볕 좋은 장독대에 내려앉는
따듯한 가을볕은 헐렁해진
가슴에 위안처럼 다가오고
초목들은 무성한 이파리
속에 숨겨 놓은 열매들을
보석같이 찬란하게 드러낸다.
여기, 얼마 남지 않은 듯한
삶의 시간에도 하늘을 향해
비상하려는 저 생명을 보라!
초롱초롱한 눈망울 속에는
뜨거운 열망과 갸륵한 꿈과
다시 올 봄날의 기약이 있다.
<늦가을 풍경>
<가을볕이 따듯한 장독대>
<보석같은 산수유 열매>
<초롱한 눈빛으로 비상을 꿈꾸는 검은꼬리박각시나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