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의 풍경

유월 중순의 풍경

초막골 촌장 2013. 6. 14. 22:30

새벽 다섯 시를 못 미친 이른 시각,

왁자글한 새소리로 산이 가득 채워지면

골을 메운 짙은 어둠이 슬며시 풀려나며

희뿌윰하게 날이 밝아 온다.

 

한낮엔 무더위로 바깥일이 힘들어져서

시원한 오전에 부지런히 예초기로 풀을 베고

밭 언저리에 자란 무성한 잡초도 뽑는다.

 

그러다가 왕고들빼기를 만나면 부드러운

윗부분을 잘라 뒀다가 상추쌈에 곁들여 먹고

때론 잘게 썰어서 양념장에 비벼도 먹는데

부드럽게 씹히고 매끈하게 잘 넘어간다.

 

한 때 식탁을 향기롭게 해주었던 일당귀는

이제 우산 모양의 꽃차례를 활짝 펼쳐서

나물 아닌 꽃 대접을 기대하는 눈치이고,

털전호도 그와 닮은 꽃을 하얗게 피웠다.

 

왕성한 식욕에도 불구하고 텃밭 쌈채는

아직까지 풍성함이 한철인데, 그 곁에서는

가지, 오이, 방울토마토가 막 꽃을 단다.

 

작약꽃 지고 잠시 한산해진 꽃밭에는

곧추서서 입을 벌린 용머리가 아득한

먼 바다처럼 꽃 색깔이 푸르디푸르다.

 

돌무더기 틈새에 무리를 이룬 바위취는

짧고 긴 꽃잎과 암수술을 재치 있게 꾸며서

마치 하늘 요정이 춤추는 듯 나풀거리고,

 

모처럼 찾아든 고물장수의 앰프소리에

오후의 정적이 여지없이 흩어지는 시간,

예쁘게 꾸민 초롱꽃밥 먹으며

나른한 심신을 새롭게 추스른다.

 

<왕고들빼기>


<일당귀꽃>


<털전호꽃>

<텃밭>

 <오이꽃>

 <가지꽃>

 <용머리>

 <바위취꽃>

 <초롱꽃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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