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의 풍경
뒷산에서 내려다본 풍경
초막골 촌장
2013. 3. 30. 06:47
저 멀리 시야의 끝자락엔 월악산 영봉과
산맥들이 아슴푸레하고 맞은편엔
수면으로부터 비봉이 우뚝 솟아 있다.
최근엔 정상까지 모노레일을 설치하여
이벤트에 몰입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는데, 예로부터 해떨어질
무렵 일몰의 풍광이 장관으로 청풍팔경 중
하나인 '비봉낙조'로 잘 알려진 명소이다.
강원의 깊은 협곡을 굽이치던 한강이
너른 자락을 펼치면서 잇달아 마을을
키웠고 청풍 본향의 명문가와 왕비가
탄생한 곳, 평범한 이들이 아이 낳고
기르며 부지런히 살던 곳, 이젠 그들의
터전이었던 마을은 물속에 잠기고
명성도 사람들도 모두 도시로 떠나갔다.
다만, 강이 보이는 남향의 산기슭엔
배산임수 명당을 쫓던 발복의 꿈들만
무성히 봉분으로 남아있고, 먼저 떠난
이를 향한 간절함도 세월에 바랜 듯
키 큰 향나무만이 항심의 상징인양
거친 넝쿨과 잡풀 속에 홀로 우뚝하다.
뒷산에서 굽어보는 초막골의 풍경은
우리 강산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그래서 편안한 숲이다.
아직 싹이 트지 않은 회갈색의 숲에선
소나무 잎의 푸르름이 더욱 신선하고
생강나무 노란 꽃무리는 지금 막
봄이 왔다고 이웃들에게 알리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