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 먹거리

옥수수를 먹으며

초막골 촌장 2020. 8. 2. 17:58

봄에 내토시장 난전에서 모종을 사다

심은 옥수수가 키를 쑥쑥 빼 올리고

너른 이파리 속에 강냉이를 품더니

벌써 다 자랐다고 수염이 말라간다.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기억들을 반추해 보면 대개 어릴 때

부모, 형제와 함께한 단란한 순간들인데,

 

한여름 어스름 저녁나절 모깃불 피운

마당 한 곁에 멍석을 펴고 양푼에

감자, 옥수수를 가득 담아와서 다같이

둘러앉아 나누던 이야기와 웃음소리

지금도 희미하게 들리는 듯 보이는 듯,

 

오늘은 텃밭에서 잘 익은 강냉이 몇

송이를 꺾어 삶아 먹으며 변함없는

그 맛과 향에 취해서 마치 긴 세월을

거슬러 어릴 적 한 시절로 되돌아간 듯

기분이 잠시 경쾌하고 가벼워진다.

 

<옥수수>

<삶은 강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