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 촌장 2018. 9. 2. 19:05

폭염이 잦아들 때부터 주황색으로
익은 꽈리가 감추어진 이파리를
비집고서 농염한 자태를 드러낸다.

어릴 때는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과 갈증으로 궁금한
것은 정말로 참기가 어려워서

이웃 동섭이네 밭에서 잘 익은
꽈리를 따다가 여자애들이 불던
고무 꽈리를 만들어 보곤 했는데,

끝내 꼭지 구멍이 찢기지 않고는
속을 비우기가 난망 하구나 하는
교훈만 톡톡히 기억 속에 담겼다.


세월 가도 여전히 한여름 지나면

꽈리의 꽃받침은 어김없이 부풀고
그 짙은 주황빛은 곱기만 한데,

옛시절 조그만 입을 뾰죽이 내밀며
꽈르륵 꽈르륵 꽈리를 불어대던
여자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