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 식구들

사마귀 짝짖기

초막골 촌장 2017. 10. 18. 16:48

파란 하늘을 쳐다보며 윤기가
반짝이는 주황색 감을 따다 보면
쳐든 얼굴 만면에 쏟아지는 햇볕의

따끔한 자극에 삶은 더욱 지극하고,

송곳 같은 가을 햇살에 무르익은
열매들이 분주한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며 흔쾌히 숲 식구들에게도
넉넉한 만찬을 베푸는 풍요의 계절,

나무들은 획일적인 녹색의 푸른

복장 규정을 던져버리고 고유의
색깔과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며

한 뼘 남은 삶의 끝자락을 누려볼 때,

그새 농염한 진홍색으로 치장한
아마란스 줄기 위를 침대 삼아서
뜨거운 열정을 발산하는 사마귀의

어쩌면 좀 늦은 듯한 오늘처럼. 


<사마귀의 짝짖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