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 먹거리
피마자의 계절
초막골 촌장
2017. 8. 12. 15:40
울타리 위로 불쑥 솟아오른 넓은
피마자 잎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손부채질 하는 풍경을 기억하는지?
주로 폭염이 절정의 위세를 부릴
무렵 대나무를 닮은 회백색 줄기와
골 깊이 패인 큼직한 잎을 한들대며
눈길 닿는 곳마다 서 있던 피마자,
흔한 만큼 어릴 땐 꼭 고무질 같은
가시가 빼곡히 돋은 덜 여문 씨앗과
진드기를 닮은 통통하고 얼룩진
열매는 참 좋은 장난감의 하나였고,
씨앗을 싸고 있는 딱딱한 껍질을
까면 희고 기름진 속살이 나오는데
설사를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 있다는
산지식도 체험을 통해서 배웠다.
피마자는 뱀 혓바닥처럼 갈라진
붉은 암꽃에서 송골송골 맺히는
결실들과 이를 호위하듯 피어나는
노란 수꽃들의 모양도 아름답고,
잎은 또 부드러운 것만 따서 삶아
말려뒀다가 묵나물로 또는 쌈으로
싸먹으면 제법 구수한 맛이 있지만,
피마자가 여름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까닭은 순수한 동심의 눈빛 속에
깊이 각인되어 차마 세월도 어쩌지
못하는 영원성을 띄게 된 탓이 아닐까?
<피마자(아주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