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 식구들

황금사마귀

초막골 촌장 2017. 7. 4. 18:41

안쓰럽게 지켜보던 농부보다도

더 애타게 비를 기다리던 풀들이
이즘 장맛비에 성큼성큼 자라서

무른 줄기를 비스듬히 기울인다. 

천둥 번개 거칠게 휘몰아치며

유별나게 쏟아지던 빗줄기와 함께

숲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간,

눅눅해진 온돌방에 군불을 때며

한 낮의 열기에 불꽃까지 더해지니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 겪은
아버지와의 짧은 동행이 생각났다.

고향 낙동 강변에서 갈포(칡 줄기를
삶아 벗겨서 말린 것)를 생산해
조합에 납품하던 아버지와 함께

봉화 읍내에서 물건을 넘겨주고
중국집에 식사를 하러 갔었는데,
아버지가 "난 시원한 우동이나 한
그릇 주소" 라고 해서 그 땐 정말 

냉우동을 시킨 줄 알았다니까,

(나는 짜장면을 시켰던 것 같다)

한 여름에 뜨끈한 우동을 드시던

아버지를 난 꽤 오래토록 애닯게

생각하며 평생 냉우동도 못 잡수신

어른이라며 안타까워했었는데,

뜨거운 걸 먹으면서 연신 시원타고
느끼고 표현하는 우리네의 습성을

이해하고 알기까진 오랜 성장기와

또 경험의 세월이 필요했었지.
 

며칠 동안 오다가다 하던 장맛비가

그친 뒤 한껏 물기 오른 치자나무

푸른 잎에 황금사마귀가 나타났다.


<황금사마귀>


<좁쌀풀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