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의 꽃들

박꽃의 기억

초막골 촌장 2014. 8. 28. 21:33

어릴 때 초가집에서 살았던 기억은
항상 뭉클한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이맘때쯤 지붕 위엔 흰 박꽃이 피고
무성한 잎들 사이로 고지박들이
희뿌옇게 모습을 드러내곤 했었지.

겨울에 들기 전 아버지는 며칠 동안
새끼를 꼬고 이엉과 용마루를 엮어서
동네 장정들과 새 지붕을 이었는데,

다시 올린 노란 지붕과 새로 바른
하얀 문종이는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난 우리 집이 더없이 자랑스러웠다.

그 초가에서의 아늑하고 포근했던
시절들은 세월이 가도 가슴에 남아서
근본과 순수를 잃지 않게 하는 힘이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