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골 나무들
소태나무
초막골 촌장
2013. 7. 4. 18:05
어릴 적 맹규 아재네 사립문 옆에는
제법 큰 소태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아주 쓴 맛을 지칭하는 '소태 같다'는 말의
어원이 된 바로 그 나무였다.
내 나이 일곱이나 여덟 무렵, 형과 함께
뒷산에 떨어진 고염을 몇 개 주워 먹고는
목부터 더부룩하게 체한 느낌이 들어서,
다행히 난 마늘 심고 계시던 아버지께서
'이거 하나 먹으면 다 낫는다' 며 주신 마늘
한 쪽을 약으로 받아먹고는 멀쩡해 졌는데
형은 그날 이후 뱃속에 덩이가 만져지는
심한 체증이 시작되었다.
그 때 누가 소태나무가 속병에 좋다고 해서
줄기를 다려 먹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먹이는 이나 먹는 아이나 다 같이 힘들었던
그 쓴 맛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물론 그 다음에도 여러 처방을 거듭 하다가
나았으니 효과 본 게 무언지 정확힌 모르지만
마지막에 개 한 마리 반을 약으로 삶아 먹고
말짱해진 걸 보면 그 흔하던 영양 부족에서
덧난 병이 아니었나 싶다.
초막골 집 뒤꼍에 소태나무가 두 그루 자라는데
대추와 감나무가 무성한 좁은 공간을 차지하여
어쩔 수 없이 매년 가지를 쳐주고 키를 낮춘다.
소태나무 잎을 따서 자근자근 씹어보면 진한
쓴 맛에 얼굴이 찌푸려지고 여운은 오래 가지만
못 먹을 것처럼 맛이 독하거나 역겹진 않다.
<소태나무 수형>
<소태나무 줄기>
<소태나무 가지>
<소태나무 잎>
<소태나무 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