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이야기

동아리 모임을 마치고

초막골 촌장 2013. 5. 11. 22:42

이번 동아리 모임은 지난 삼월 모임 때

산나물 뜯기와 겸해서 초막골에서 하기로

진작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음식은 소머리고기로 하기로 했는데

참석하는 회원들이 대략 십 명 안팎이라

소머리 하나는 좀 많다 싶지만 수육으로

안주를 하고 국밥으로 요기를 하면

손쉬울 것 같아서 일정이 잡히던 날

내가 제안한 것이었다.

 

모임 전전날 소머리를 찾아와서

하룻밤 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이튿날

삶을 예정이었는데 새벽부터 비가 온다.

오후에는 갠다는 예보와는 달리 비는

계속되고, 하는 수 없이 파라솔을 펴놓고

양은솥을 걸고 불을 붙였는데 다행히

오후 늦게 비가 그쳤다.

 

고기를 넣고 물이 팔팔 끓을 때 첫 물은

버리고 새로 물을 부어 산뽕나무, 된장, ,

생강, , 양파, 소주를 넣고 세 시간 반 정도

삶으니까 고기가 물렁하게 익어서 뼈가

절로 빠져나왔다.

 

오늘 아침엔 적당히 식은 고기를 부위 별로

한입 크기로 썰어서 큰 바구니에 담아 놓고,

국밥에 넣을 파와 수육용 소스에 곁들일 마늘,

양파, 쪽파, 청양고추는 채 썰어 통에 담고,

고춧가루에 다진마늘, 풋고추, 쪽파를 잘게 썰어

간장, 발효액, 물과 혼합하여 양념장을 만들었다.

 

앉을 자리를 만들고, 그릇을 챙기고, 막 밥을 해

놓고 나니 거의 제시간에 회원들이 도착했다.

 

잡내 없이 잘 삶긴 수육에 소주 한잔씩 나누고

국밥까지 먹고 나서 산나물을 뜯으러 산에 올랐다.

 

어제 내린 비 탓인지 공기는 한층 쾌적하고

풀 향기도 짙다. 고사리도 많이 올라왔다.

참취나 고사리와 같이 잘 알려진 산나물도

의외로 생소해 하는 회원들이 많았는데,

나이 육십에 산나물을 처음 꺾어 본다는 분도

한두 번 경험에 나름 알음 채 하는 초보꾼도

서로 웃고 즐기며 배우고 뜯는 사이에

내려오는 길엔 이미 모두 전문가 수준이다.

 

정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봄날의 한나절은

우리 인생처럼 너무나 짧아 아쉽다.

 

모두들 돌아가서 직접 뜯은 산나물 향을

가족들과 나누며 다시 내년 봄을 기대한다면,

요 며칠 모임을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골몰했던

피로가 싹 가시고 더 없이 만족스러울 것 같다.

※ 회원님들이 초막골표 건고사리를 스물한 봉지나 사갔다.

<배꽃잎 떨어져 꽃길 만들고>

 <모란 향기는 바람에 날린다>

<녹음이 짙어가는 푸른 오월에>

<고사리 꺾는 손길이 분주하다>

 ※ 수육 소스만들기 : 진간장과 물, 맛소금, 물엿, 발효액, 생강, 마늘, 파뿌리, 샐러리를 적당량 넣고 끓이다가 건더기를 건져낸다.